김삿갓(106) 천지는 만물의 逆旅 106. 천지는 만물의 역여 秋月의 간절한 청을 받은 김삿갓은 반백의 나이에 북녘 변방에서 맞는 除夜의 감회와 함께 취흥과 시흥이 한데 어우러져 天地者萬物之逆旅(하늘과 땅은 만물의 객주집이다)라는 웅장한 제목을 먼저 써서 長詩를 한 편 지어보려는 태세를 취하고, 추월이 숨을 죽.. 김삿갓 2016.08.23
김삿갓(105) 江界에서 맞은 섣달그믐 105, 강계에서 맞은 섣달그믐 한 겨울 江界의 추위는 살을 에는 듯 맹렬했다. 눈은 오는 대로 쌓이고 모진 바람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렸다. 이 추위에 秋月의 보살핌이 아니었던들 김삿갓은 어찌 되었을까. 어쩐 복인지 따뜻한 방에서 술을 마시며 추월의 거문고소리를 듣기도 하고, 시.. 김삿갓 2016.08.23
김삿갓(104) 고향생각 104. 고 향 생 각 소쩍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불현듯 고향생각이 간절해 왔다. 조선의 북쪽 끝에 와 있으니 김삿갓의 고향은 아득한 남쪽 나라다. 고향을 떠난 지 이러구러 얼마이던가. 이것도 나이 탓일까. 고향생각이 전에 없이 새삼 간절하여 또 다시 시한 수를 읊는다. 서쪽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103) 江界美人 秋月이 103. 강계미인 추월이 조선의 북단, 압록강 상류의 禿魯江에 접한 江界고을은 무척 추운 지방이면서도 미인이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어느 날 한 정자에 올랐더니 옷매무새로 보아 기생이 틀림없는데도 시를 제법 아는 듯 정자에 걸려 있는 시들을 차례로 돌아보며 속으로 음미하는 여인.. 김삿갓 2016.08.23
김삿갓(102) 白髮恨 102. 백 발 한 진종일 산속을 걷다가 어느 오막살이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김삿갓이 다음날 아침 상투를 다시 틀려고 거울을 들려다 보다가 적이 놀랐다. ‘아니 내 머리가 어느새 이렇게 반백이 되었던가?’ 머리카락을 헤집고 다시 살펴보니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았다. 그 옛날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101) 내 눈이 어느새 이렇게 101. 내 눈이 어느새 이렇게 김삿갓이 묘향산을 떠나 熙川을 지나서 江界로 들어섰을 때에는 아직 입동도 안 되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얼음이 얼기 시작하였다. 북쪽지방은 계절이 유난히 빠르다. “오동 잎 하나 떨어지면 모두 가을임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고했으니 이제 그도.. 김삿갓 2016.08.23
김삿갓(100) 妙香山 100. 묘 향 산 김삿갓이 妙香山을 찾아 寧邊 고을에 왔지만 먼저 찾은 곳은 藥山이었다. 영변의 鎭山인 약산은 참으로 명산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의 神市開天 자리가 바로 이곳이라고도 하고, 단군이 탄생했다는 단군굴이 있다고도 전하는 산이다. 옛 기록에 "준엄한 멧부리들이 사.. 김삿갓 2016.08.23
김삿갓(99) 부자도 가난뱅이도 99. 부자도 가난뱅이도 평양에서 竹香과 이별한 김삿갓은 묘향산을 향하여 북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침식을 해결하기가 더욱 난감해 진다. 오십평생을 거지생활을 해 오면서도 이때처럼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돈이 한 푼도 없을 때는 아무 걱정도 없었건만 林進士가 준.. 김삿갓 2016.08.23
김삿갓(98) 竹香과의 이별 98. 죽향과의 이별 林進士의 환대와 竹香의 보살핌 속에 꿈같은 나날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김삿갓에게는 처음 맛보는 황홀한 날들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한사코 잡는 임진사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는 그를 죽향이 대동강나루터까지 전송을 나왔다.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97) 平壤妓生何所能 97. 平壤妓生何所能 林進士는 乙密臺에서의 회갑잔치가 끝난 후에도 김삿갓을 놓아주지 않았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 몇 달이라도 좋으니 자기 집에 있으라면서 詩文에 능한 기생을 데려다가 명승고적들을 안내케 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그의 시중을 들게 하였다. 어제까지 토굴 잠을 자.. 김삿갓 201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