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부자도 가난뱅이도
평양에서 竹香과 이별한 김삿갓은 묘향산을 향하여 북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침식을 해결하기가 더욱 난감해 진다.
오십평생을 거지생활을 해 오면서도 이때처럼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돈이 한 푼도 없을 때는 아무 걱정도 없었건만 林進士가 준 노잣돈이 달랑달랑해가니 전에 없던 걱정이 생긴 것이다.
부자는 부자대로 걱정, 가난뱅이는 가난뱅이대로 걱정
배가 부르나 고프나 걱정하기는 마찬가지
부자도 가난뱅이도 내 원치 않으니
숫제 빈부를 떠나서 살고 싶어라.
富人困富貧困貧
飢飽雖殊困則均
貧富俱非吾所願
願爲不富不貧人
김삿갓은 부와 빈을 초월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은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객줏집 아낙은 선돈을 받아 놓고도 무얼 하는지 저녁 줄 생각을 안는다.
마을이름은 '安樂' 이라는데 뚫어진 창문으로 찬바람은 스며들고
종일 굶은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동을 처서 조금도 안락하지 못한 심정을 또 한 수의 시로 달래본다.
안락촌 마을에 해는 저물어 오는데
관서지방 선비는 시를 안다고 으스대나
마을풍속 고약해 밥 줄 생각은 안 하고
주막 인심 야박해 돈부터 내라네.
安樂村中欲暮天
關西儒者聳詩肩
村風厭客遲炊飯
店俗慣人但索錢
배가 고파 꼬르륵 천둥소리 요란한데
뚫어진 창구멍으로 냉기가 서려온다.
아침부터 진종일 산천 공기만 마셨으니
나를 안 먹고 사는 신선으로 아는가 묻노라.
虛腹曳雷頻有聲
破窓透冷更無穿
朝來一吸江山氣
試問人間辟穀仙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게 마련이지만 점잖은 체면에 화를 낼 수도 없고,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으려는 것이 김삿갓의 생활신조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화를 달래기 위해서 비어 있는 창자를 움켜잡고 시를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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