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98) 竹香과의 이별

수돌이. 2016. 8. 23. 16:53

 

98. 죽향과의 이별


林進士의 환대와 竹香의 보살핌 속에 꿈같은 나날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김삿갓에게는 처음 맛보는 황홀한 날들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한사코 잡는 임진사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는 그를 죽향이 대동강나루터까지 전송을 나왔다. 김삿갓은 차마 배에 오르지 못하고 죽향을 바라보는데 죽향이 눈물 어린 시선으로 김삿갓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시 한 수를 읊는다.


대동강에서 정든 님과 헤어지는데

천만가지 실버들도 잡아매지 못하오.

눈물 어린 눈으로 눈물 젖은 눈 바라보니

임도 애가 타는가. 나도 애가 끊기오.

大同江上別情人

楊柳千絲未繫人

含淚眼看含淚眼

斷腸人對斷腸人


그야말로 간장이 녹아나는 시였다. 못다 편 정에 애끊는 김삿갓도 여기에서 한마디응수가 없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눈앞에 전개되는 대동강 풍경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읊었다.


푸른 새는 강물에서 정답게 노닐고

난간에서 바라보니 풍경은 아름답건만

임 보내는 시름은 북쪽 산에 어리고

멀리 떠나가는 길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네.

翠禽暖戱對浮沈

晴景闌珊也未收

人遠漫愁山北立

路長惟見水東流


꾀꼴새는 버드나무 숲에서 울어 대는데

나는 다락에 기대어 풀밭만 바라보노라

그대를 보내고 나 혼자 언덕에 남으면

달이 질 때 설움을 무엇으로 달래리.

垂楊多在鶯啼驛

芳草無邊客依樓

怊悵送君自崖返

那堪落月下汀洲


죽향은 김삿갓이 읊는 이별의 시를 듣고 옷소매로 얼굴을 감싸며 소리 없이 흐느껴 울고 있었다.

대동강 건너는 것만이라도 바라보고 돌아서겠다는 죽향을 간신히 달래어 돌려보내고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김삿갓은 휘청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나룻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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