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내 눈이 어느새 이렇게
김삿갓이 묘향산을 떠나 熙川을 지나서 江界로 들어섰을 때에는 아직 입동도 안 되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얼음이 얼기 시작하였다. 북쪽지방은 계절이 유난히 빠르다. “오동 잎 하나 떨어지면 모두 가을임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고했으니 이제 그도 겨울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삿갓이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을 형편이 아니니 헤진 옷이라도 기워 입으려고 바늘귀를 꿰려 했으나 눈이 가물가물 좀처럼 꿰여지지 않는다. ‘내 눈이 어느새 이렇게 어두워졌는가.’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뿐이랴. 글자도 잘 안보이고, 이를 잡으려고 해도 전 같지가 않다.
볕을 향해 실을 궤도 바늘귀를 모르겠고
등불 돋우고 책을 펴도 魯자와 魚자를 혼동하네.
봄도 아닌 마른나무에 꽃이 핀 듯 보이고
갠 날도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것 같구나.
向日貫針絲變索
挑燈對案魯似魚
春日白樹花無數
霽後靑天雨有餘
길에서 인사하는 소년 누구인지 모르겠고
옷을 뒤져 보아도 움직여야 이인 줄 아네.
가련타 이 늙은이 낚싯대 드리워도
물결이 보이지 않아 미끼만 빼앗기리.
揖路少年云誰某
探衣老蝨動知渠
可憐南浦垂竿處
不見風波浪費蛆
나의 인생이 어느새 그렇게도 늙어 버렸는가 싶고, 생각할수록 처량한 기분이 들어 ‘眼昏’이라는 제목으로 읊은 즉흥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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