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백 발 한
진종일 산속을 걷다가 어느 오막살이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김삿갓이 다음날 아침 상투를 다시 틀려고 거울을 들려다 보다가 적이 놀랐다.
‘아니 내 머리가 어느새 이렇게 반백이 되었던가?’ 머리카락을 헤집고 다시 살펴보니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았다.
그 옛날 白樂天은 흰머리 한 올을 발견하고도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지 않던가.
어느새 하얀 머리카락 한 올이
아침 거울 속에 나타나 보이네.
한 가닥뿐이라고 안심하지 말라
이제부터가 백발이 될 시초니라.
白髮生一莖
朝來明鏡裏
勿言一莖少
滿頭從此始
백낙천은 흰머리 한 올을 보고도 늙어 감을 한탄했는데 나는 이미 반백이 넘었지 않는가.
김삿갓은 백발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무심히 넘길 수가 없어서 지나온 반생을 회고하며 다음과 같은 <白髮恨>을 읊었다.
넓고 넓은 천지간에 대장부 사나이야
내 평생 지낸 일을 뉘라서 알 것이냐
삼천리 방방곡곡 부평초로 떠돌아서
사십년 긴긴 세월 글과 노래 허사였네.
嗟平天地間男兒
知我平生者有誰
萍水三千里浪跡
琴書四十年虛詞
청운의 꿈 어려워 바라지도 않았으니
나이에서 오는 백발 슬퍼하지 않노라
고향 꿈에 놀라 깨어 일어나 앉으니
삼경에 날아든 새 남녘 가지에서 우짖누나.
靑雲難力致非願
白髮惟公道不悲
驚罷還鄕神起坐
三更越鳥聲南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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