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76) 馬上逢寒食 76. 馬上逢寒食 이산 저산에 모두가 꽃이었다. 삿갓을 제겨 쓰고 꽃구경을 하며 마냥 한가롭게 거닐고 있노라니까 저만큼 풀밭에서 여남은 살 먹어 보이는 머슴아이가 조랑말을 끌고 다니며 풀을 뜯기고 있었다. 김삿갓은 말을 보자 옛날 絶句 한 수가 머리에 떠올랐다. 말 위에서 한식을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74) 毋岳재의 봄 75. 무악재의 봄 서울을 벗어난 김삿갓은 발길을 毋岳재로 돌렸다. 坡州, 長湍 등지를 거처 고려500년의 망국지한이 서려있는 松都(개성)로 가보려는 것이었다. 무악재에 올라서니 넓은 산야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우울하던 가슴이 탁 트여오는 것만 같았다. 때는 봄인지라 산에는 군데군.. 김삿갓 2016.08.23
김삿갓(73) 치욕의 남한산성 73. 치욕의 남한산성 김삿갓은 三田渡에서 청태종 공덕비를 보는 순간 병자호란의 치욕이 번개처럼 머리를 때렸다. 우리의 임금 인조가 세자와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소위 受降壇이라는 높은 단 위에 오만하게 앉아 내려다보는 저 북녘 오랑캐 청태종에게 三跪九叩頭를 했던 바로 그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72) 봄은 다시 오건만, 72. 봄은 다시 오건만, 原州에서 驪州, 利川을 거처 廣州 땅에 이르렀을 때는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세상에 속일 수 없는 것이 계절의 감각이어서 엊그제까지도 산길을 걷자면 추위를 느꼈건만 立春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언덕길을 올라가려면 등골에 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산길.. 김삿갓 2016.08.23
김삿갓(71) 利川의 郭風憲영감 71. 利川의 郭風憲영감 여주 神勒寺를 떠난 김삿갓은 서울을 향하여 가다가 利川의 어느 선비집에서 며칠을 묵었다. 길에서 한 선비를 만나 따라 갔으나 사랑에는 그의 아버지 84세의 노인이 홀로 앉아 있었다.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노인을 만났지만 이토록 장수한 노인을 만나.. 김삿갓 2016.08.23
김삿갓(70) 驪州神勒寺 70. 여주 신륵사 원주 覺林寺에서 나온 김삿갓은 발길을 驪州로 돌렸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고장은 되도록 피하면서도 명승지만은 골라가며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주에서 대표적인 명승지는 뭐니 뭐니 해도 神勒寺라 하겠다. 신륵사는 鳳尾山 동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9) 원주 치악산 69. 원주 치악산 한양을 향하던 김삿갓은 원주 고을의 진산인 치악산을 구경하려고 혼자 산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원주는 形勝이 뛰어난 곳인지라 산에는 喬木이 울창하고 저 멀리 산 밑으로는 蟾江의 푸른 물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 경치가 얼마나 좋았던지 성종 때 영상을 지낸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8) 넘치는 이 술잔 사양치 말게 68. 넘치는 이 술잔 사양치 말게 "천하일색 양귀비도 한 줌 흙을 남겼을 뿐인데 무엇을 망설이느냐" 는 유혹의 시를 받아 읽고 충격을 받아 마음이 흔들렸는지, 주모는 오래도록 망설인 끝에 술상을 다시 보아 들고 김삿갓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던..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7) 王昭君의 고운 벼도 胡地의 흙이 되고 67. 王昭君의 고운 벼도 胡地의 흙이 되고 김삿갓이 원주를 거처 한양으로 가려고 얼마를 가다가 날이 저물어 길가의 주막에 들렀다. 목은 컬컬하지만 囊中에 無一分이라 술을 청할 생각도 못하고 서산에 기우러지는 석양노을을 바라보며 술청에 걸터앉아 옛 시 한 수를 읊조리고 있었다...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6) 訓戒訓長 66. 訓戒訓長 훈장은 술에는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자기가 좋아했다는 절세미인을 잊지 못하는 괴로움을 지금까지도 술로 달래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선비로서의 긍지만은 대단하여 취중에도 김삿갓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 뇌이고 있.. 김삿갓 201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