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65) 자네가 지네 65. 자네가 지네 김삿갓이 집을 나섰지만 애초부터 洪城으로 가서 어머니를 뵈올 생각은 아니었다. 자식으로서 당연히 어머니를 찾아뵙는 것이 도리이지만 어머니를 뵙고서는 차마 다시 방랑길에 오르지 못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을 나선 그는 마누라와 자식 놈이 금방이라도 쫓아 올..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4) 다시 방랑길에 64. 다시 방랑길에 가을은 시인의 마음을 까닭 없이 산란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가을이건만 시인에게 있어서는 번민의 계절이요, 애상의 계절인 것이다. 「조상에 대한 속죄로 한평생을 방랑객으로 살아가려던 내가 양심을 속여 가며 가족들과 함께 이..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3) 제비, 참외 63. 제비. 참외 김삿갓은 어느 날 마당가를 서성이며 바람을 쏘이다가 때마침 빨랫줄에 제비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시 한 수를 지었다. 무덥던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자 그의 가슴 속에는 깊이 도사리고 있던 放浪癖이 다시 머리를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던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2) 소 62. 소 翼均의 머리가 남달리 총명한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는 어린 아들에게 시를 직접 가르쳐 주기까지 하였다. 언젠가는 아들과 함께 시골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남의 집 외양간에 늙은 소가 있는 것을 보고 시를 지어 보라기에 다음과 같이 읊었다. 수척..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1) 닭 61. 닭 김삿갓은 오랜만에 아늑한 가정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었다. 따뜻한 아내의 보살핌을 받는 것도 즐거움이려니와, 어린 아들과 어울려 시를 지어 보는 것도 처음이요 어려운 詩語들을 하나하나 이해시키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 翼均과 함께 앞마당을 거닐고 .. 김삿갓 2016.08.23
김삿갓(60) 고양이 60. 고 양 이 얼마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밭에서 일하던 아내가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를 다리고 들어왔다. 김삿갓은 반가우면서도 놀라웠다. 어머니는 어데 가셨고, 자기가 떠날 때 세살이었던 아들 鶴均이가 아직도 저렇게 어리지는 않을 것인데 그 애는 어디 가고 저 애는 누구란.. 김삿갓 2016.08.23
김삿갓(59) 개 59. 개 鐘城에서 胡地의 첩이 된 梅花를 그리며 울적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던 김삿갓은 꿈에 흰 옷을 입고 나타난 어머니를 만나보고 불현듯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였다. 노모가 위중한 병환 중에 계시거나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함경.. 김삿갓 2016.08.22
김삿갓(58) 退妓 秋月 58. 退妓 秋月 김삿갓을 위로하려고 그와 대작하던 퇴기 추월은 늙은 탓인지 술 몇 잔이 들어가자 그만 먼저 취하는 모양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침울하여 보이는 그였지만 옛날가락이 발동하는지 장구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부른다. 목소리가 찢어져 듣기가 거북하건만 어느덧 그녀는 추.. 김삿갓 2016.08.22
김삿갓(57) 돈 57. 돈 梅花의 집에서는 매화는 보이지 않고 생판 모르는 여인이 방문을 배시시 열고 내다보더니 매화는 몇 달 전에 강 건너 청국사람에게 시집을 갔다면서 손님은 혹시 삿갓양반이라는 분이 아니시냐고 묻는다. 김삿갓은 가슴이 철렁하여 자기 귀를 의심하면서 매화가 시집을 갔다는 것.. 김삿갓 2016.08.22
김삿갓(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김삿갓은 주모의 말대로 향교 뒤에 있는 매화의 집을 찾아 갔다. 날은 어느덧 저물어오는데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 집에서는 난데없는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고 있지 않는가. 가만히 들어보니 採藻曲이 분명하였다. 그 옛날 매화가 歸薺曲을 즐겨 불렀던 일이 .. 김삿갓 201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