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김삿갓은 주모의 말대로 향교 뒤에 있는 매화의 집을 찾아 갔다. 날은 어느덧 저물어오는데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 집에서는 난데없는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고 있지 않는가. 가만히 들어보니 採藻曲이 분명하였다.
그 옛날 매화가 歸薺曲을 즐겨 불렀던 일이 불현듯 머리에 떠올라 감회가 새삼스러웠다. 잠시 후면 꿈에 그리던 매화를 직접 만날 수 있겠기에 재회의 감격을 그려 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읊었다.
헤어져 있었기로 옛정을 잊을쏘냐.
너도 늙었겠지만 내 머리도 세었노라
거울 빛은 차갑고 봄기운은 적적한데
소식 끊긴 지 오래 달빛조차 막막하구나.
一從別後豈堪忘
汝骨爲粉我首霜
鸞鏡影寒春寂寂
風簫音斷月茫茫
지난날은 귀제곡 즐겨 부르더니
지금은 헛되이 채조곡이 웬 말이냐
어딘지 간 곳 몰라 만나 보기 어렵다가
이제야 거름 멈추고 들꽃 향기 즐기노라.
早今衛北歸薺曲
虛負周南採藻曲
舊路無痕難再訪
停車坐愛野花芳
김삿갓은 매화와의 재회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와서 거문고 소리를 들어가며 시까지 읊었다.이윽고 거문고 소리가 끊기자 김삿갓은 큰 기침을 하고 나서 사뭇 정겨운 목소리로 매화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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