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수돌이. 2016. 8. 22. 17:00

 

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김삿갓은 주모의 말대로 향교 뒤에 있는 매화의 집을 찾아 갔다. 날은 어느덧 저물어오는데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 집에서는 난데없는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고 있지 않는가. 가만히 들어보니 採藻曲이 분명하였다.


그 옛날 매화가 歸薺曲을 즐겨 불렀던 일이 불현듯 머리에 떠올라 감회가 새삼스러웠다. 잠시 후면 꿈에 그리던 매화를 직접 만날 수 있겠기에 재회의 감격을 그려 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읊었다.


헤어져 있었기로 옛정을 잊을쏘냐.

너도 늙었겠지만 내 머리도 세었노라

거울 빛은 차갑고 봄기운은 적적한데

소식 끊긴 지 오래 달빛조차 막막하구나.

一從別後豈堪忘

汝骨爲粉我首霜

鸞鏡影寒春寂寂

風簫音斷月茫茫


지난날은 귀제곡 즐겨 부르더니

지금은 헛되이 채조곡이 웬 말이냐

어딘지 간 곳 몰라 만나 보기 어렵다가

이제야 거름 멈추고 들꽃 향기 즐기노라.

早今衛北歸薺曲

虛負周南採藻曲

舊路無痕難再訪

停車坐愛野花芳

김삿갓은 매화와의 재회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와서 거문고 소리를 들어가며 시까지 읊었다.

이윽고 거문고 소리가 끊기자 김삿갓은 큰 기침을 하고 나서 사뭇 정겨운 목소리로 매화를 불렀다.

'김삿갓'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삿갓(58) 退妓 秋月   (0) 2016.08.22
김삿갓(57) 돈  (0) 2016.08.22
김삿갓(55)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1)   (0) 2016.08.22
김삿갓(54) 吉州吉州不吉州   (0) 2016.08.22
김삿갓(53) 詩仙과 酒仙의 만남   (0) 201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