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退妓 秋月
김삿갓을 위로하려고 그와 대작하던 퇴기 추월은 늙은 탓인지 술 몇 잔이 들어가자 그만 먼저 취하는 모양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침울하여 보이는 그였지만 옛날가락이 발동하는지 장구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부른다. 목소리가 찢어져 듣기가 거북하건만 어느덧 그녀는 추파까지 보내고 있었다.
술잔을 거듭할수록 옛 情人 梅花생각만 되살아나는 김삿갓은 老妓 秋月을 상대로 춘정을 발동시킬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기에 술이나 마시면서 적당히 얼버무려 응수하다가 다음과 같은 즉흥시 한 수를 읊었다.
봄은 와서 화창한데 그대 홀로 침울하니
묵은 시름 쌓여서 걱정이 깊음인 듯
구름 잠긴 절간의 늙은 중 이런가
달밤에 배 저어 가는 병든 나그네런가.
萬木春陽獨抱陰
聊將殘愁意惟深
白雲古寺枯禪夢
明月孤舟病客心
깡마른 얼굴을 찡그리니 보기 흉하고
노래는 바스러져 알아 줄 이 없는데
내 글이 그러하고 그대 몰골 그러하니
청루에 장단 치며 우는 것만 같구나.
嚬亦魂衰多見罵
唱還啁啾少知音
文章到此猶如此
擊節靑樓慷慨吟
시 한 수를 읊고 난 김삿갓은 뙤땅에 팔려 간 매화를 다시 생각하며, 오랑캐에게 끌려가는 王昭君의 모습을 그린 李太白의 시를 머리에 떠 올리면서
중국 역사상 가장 처절했던 애정비극을 오늘의 매화에게 비겨 본다.
아름다운 안장을 쓰다듬는 왕소군
말 위에서 고운 얼굴에 눈물 지운다.
오늘은 한 나라 제왕의 후궁이더니
내일은 오랑캐 땅의 첩이 되는구나.
昭君拂玉鞍
上馬啼紅顔
今日漢宮人
明朝胡地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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