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59) 개

수돌이. 2016. 8. 22. 18:00

 

59. 개


鐘城에서 胡地의 첩이 된 梅花를 그리며 울적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던 김삿갓은 꿈에 흰 옷을 입고 나타난 어머니를 만나보고 불현듯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였다. 노모가 위중한 병환 중에 계시거나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함경도 최북단에서 강원도 영월까지는 머나먼 천릿길, 고향으로 돌아가려니 마음은 바쁜데 길은 너무도 멀었다. 어머니가 병석에 누어계실 것만 같아 운명하시기 전에 뵙고 싶은 마음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건만 노루목 마을은 10년이 지나도록 조금도 변한 데가 없었다. 김삿갓은 敗軍之將이 면목 없이 돌아오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자기 집으로 다가갔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건만 집안에는 아무도 없고 오직 삽살개 한 마리가 있어 곰상스럽게 짖어 대고 있었다.

전에도 항상 그러했듯이 모두들 밭에 나간 모양이니 어머님이 병석에 누워 계신 것은 아니었구나 하고 우선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식구들이 돌아오기를 지루하게 기다리던 김삿갓은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장난을 치다가 그 모양이 하도 귀여워서 시한 수를 읊었다.


천성이 먹여 주는 주인에게 충성스러워

부르면 오고 쫓으면 가고 시키는 대로 몸을 맡긴다.

눈앞에서 뛰어 오르고 꼬리 치다가 어리광이 지나치면

물러나 머리 숙이고 꾸지람을 달게 받네.

稟性忠於主饋人

呼來斥去任其身

跳前搖尾偏蒙愛

退後垂頭却被嗔


교활한 도둑 지키는 직분이 그 할 일이라

의롭게 죽은 그 이름 자주 전해 온다.

자고로 공훈에는 상을 주는 법이지만

무사안일한 신하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職察奸偸司守固

名傳義塚領聲頻

褒勳自古恃帷蓋

反愧無力尸位臣

김삿갓은 무엇이던지 보고 느끼는 대로 詩化해 버리는 버릇이 있는지라, 1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식구들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강아지와 장난을 치다가

뜻하지 않게 시한 수를 얻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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