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닭
김삿갓은 오랜만에 아늑한 가정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었다. 따뜻한 아내의 보살핌을 받는 것도 즐거움이려니와, 어린 아들과 어울려 시를 지어 보는 것도 처음이요 어려운 詩語들을 하나하나 이해시키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 翼均과 함께 앞마당을 거닐고 있는데 많은 암탉을 거느린 수탉이 날개를 탁탁 치더니 목을 길게 늘이고 「꼬끼오」 하고 울어 대고 있었다. 이것을 본 익균이 닭에 대한 시를 한 수 지어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었다.
새벽을 알려 줌은 수탉의 특권인가
붉은 벼슬 푸른 발톱 잘도 생겼구나.
달빛이 질 때면 자주 자주 놀래다가
붉은 햇살 비쳐오면 번번이 울어 대네.
擅主司晨獨擅雄
絳冠蒼距拔於叢
頻驚玉兎旋藏白
每喚金烏卽放紅
싸우려고 부릅뜨면 눈에서 불이 나고
울려고 퍼덕일 땐 날개에서 바람난다.
오덕을 갖췄다고 세상에서 이름 높고
옛날에는 도도에서 하늘 높이 울었다네.
欲鬪怒瞋瞳閃火
將鳴奮鼓翅生風
名高五德標於世
逈代桃都響徹空
금방 써 내린 시를 아들에게 내밀며 한참 설명을 하였지만 아들은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月자도 日자도 안 들었는데 달이니 해니 하는 설명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어린 아들로서는 당연한 질문이라고 여긴 김삿갓은 詩語의 유래와 설명을 덧붙인다.
‘예부터 달에는 옥토끼가 살았고 해에는 발이 셋 달린 금까마귀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서 달은 玉兎라 하고 해에는 金烏라는 별명이 붙었단다.’ 설명을 들은 익균은 겨우 납득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닭에 五德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수탉의 머리에는 벼슬이 있으니 이는 文을 나타냄이요,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니 이는 武를 나타냄이다. 적을 만나면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는 勇이요, 먹이를 보면 서로 알려 함께 먹으니 이는 仁이며, 때가 되면 어김없이 알리니 이는 信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닭은 文 武 勇 仁 信 五德을 갖췄다고 하는 것이란다.'
그러면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桃都란 곳은 어디냐고 또 묻는다. 김삿갓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것도 역시 전설에서 나온 것인데, 예부터 머나먼 동쪽 나라에 桃都山이라는 산이 있고, 그 산에는 桃都라는 나무가 있어서 높이가 하늘에 닿았는데 그 위에 天鷄가 살면서 새벽이 되면 먼저 울고 地上의 닭들이 이를 따라 운다고 하는데서 유래한 것이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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