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62) 소

수돌이. 2016. 8. 23. 15:33

 

62. 소

翼均의 머리가 남달리 총명한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는 어린 아들에게 시를 직접 가르쳐 주기까지 하였다. 언젠가는 아들과 함께 시골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남의 집 외양간에 늙은 소가 있는 것을 보고 시를 지어 보라기에 다음과 같이 읊었다.


수척한 벼 앙상하고 털은 닳아 빠졌는데

곁엔 늙은 말과 구유 하나 나눠 쓰네.

거친 들판 달구지 끌던 옛날이 아득하고

머슴 따라 청산 노닐던 일도 꿈결 같구나.

瘦骨稜稜萬禿毛

傍隨老馬兩分槽

役車荒野前功遠

牧竪靑山舊夢高


무거운 쟁기 끌지 못해 밭머리에 놓였건만

채찍을 하도 맞아 움직이기 싫구나.

불상타 네 신세여 달 밝은 긴긴 밤에

평생토록 부질없는 수고로움 돌이켜 생각하네.

健耦常疎閑臥圃

苦鞭長閱倦登皐

可憐明月深深夜

回憶平生謾積勞


시를 지어 놓고 아들에게 들려주니 익균은 늙은 소에 대한 묘사가 기막히게 잘되었다고 말하며 크게 기뻐하였다. 소년은 아버지의 풍부한 지식과 보는 것마다 거침없이 시로 읊어 내는 재주에 놀라며 새삼스럽게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김삿갓은 평소에 남의 칭찬이나 비방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아들의 칭찬만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비방을 받아도 좋으나 어린 아들에게만은 좋은 아버지로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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