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천지는 만물의 역여
秋月의 간절한 청을 받은 김삿갓은 반백의 나이에 북녘 변방에서 맞는 除夜의 감회와 함께 취흥과 시흥이 한데 어우러져 天地者萬物之逆旅(하늘과 땅은 만물의 객주집이다)라는 웅장한 제목을 먼저 써서 長詩를 한 편 지어보려는 태세를 취하고, 추월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제1연을 다음과 같이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천지는 조물주가 만든 객줏집과 같은 것
말을 달리며 틈새로 엿보는 것 같도다.
낮과 밤이 두 개의 세계로 서로 엇갈려
눈 깜박할 사이에 오고 가고하누나.
造化主人遽廬場
隙駒過看皆如許
兩開闢後仍朝暮
一瞬息間渾來去
김삿갓의 시는 첫 구절부터 그 내용이 웅혼한 철학을 담고 있어서 추월을 더욱 긴장케 했다.
별로 깊이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의 붓끝에서는 그토록 거창하고 도도한 문장이 마치 강물이 흐르듯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돌아보면 우주는 억천만년 내려오는 것
뜻있는 선비들이 간밤에 자고 간 곳일세.
만물은 끝이 있어도 천지는 끝이 없는 것
백년 쯤 살고 가는 나의 여관인 것을---
回看宇宙億千劫
有道先生昨宿所
無涯天地物有涯
百年其間吾逆旅
몽선은 부질없는 말 많이 늘어놓았고
석가도 번잡한 거리에서 많이 떠들었건만
구구하게 살아온 그들의 백년 세월도
연꽃잎에 고인 한 잔 술처럼 허망하도다.
夢仙礧空短長篇
釋氏康莊洪覆語
區區三萬六千日
盃酒靑蓮如夢處
夢仙은 元나라 때에 修心訣이라는 저서를 남긴 夢仙和尙이요, 釋氏는 釋伽牟尼를가리키는 말이다.
김삿갓의 長詩는 다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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