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봄 동산에 잠시 핀 꽃은
김삿갓의 ‘천지는 만물의 역여’라는 長詩는 그이 춤추는 붓끝에서 그칠 줄 모르고 거침없이 이어진다.
봄 동산에 잠시 피는 복사꽃 오얏꽃은
하늘땅이 내뿜는 숨결과 같은 것
광음이 화살처럼 오가는 이 마당에
죽고 사는 일이 어지럽기만 하구나.
東園桃李片是春
一泡乾坤長感敍
光陰瞬去瞬來局
渾沌方生方死序
인간은 한 번 살고 가도 만상은 복잡하여
변화의 면에서 보면 크고 작음이 없나니
산천과 초목은 끊임없이 바뀌어 가고
제왕과 호걸도 흥망이 항상 반복되도다.
人惟處一物號萬
以變觀之無巨細
山川草木成變場
帝伯侯王飜覆緖
김삿갓은 단숨에 여기까지 써 내리고, 잠시 붓을 멈추며 秋月을 바라보고 “어떤가, 자네도 이 시에 공감하는 바가 있는가?”하고 물었다.
추월은 깊은 꿈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조그맣게 속삭인다.
“공감정도가 아니옵고, 저는 이 시에서 인생의 참된 모습을 새삼 깨달은 듯하옵니다.
白樂天의 시에 長生無得者 擧世如蜉蝣(죽지 않는 것은 아무도 없으니 온 세상은 하루살이와 같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오나
선생님의 시를 읽어 보면 인생이 너무 왜소한 것 같사옵니다.”
김삿갓은 인생이란 본시 그런 것이 아니냐 면서 붓을 다시 들어 아직도 못다 편 소회를 펼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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