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107) 봄 동산에 잠시 핀 꽃은

수돌이. 2016. 8. 23. 17:07

 

107. 봄 동산에 잠시 핀 꽃은


김삿갓의 ‘천지는 만물의 역여’라는 長詩는 그이 춤추는 붓끝에서 그칠 줄 모르고 거침없이 이어진다.


봄 동산에 잠시 피는 복사꽃 오얏꽃은

하늘땅이 내뿜는 숨결과 같은 것

광음이 화살처럼 오가는 이 마당에

죽고 사는 일이 어지럽기만 하구나.

東園桃李片是春

一泡乾坤長感敍

光陰瞬去瞬來局

渾沌方生方死序


인간은 한 번 살고 가도 만상은 복잡하여

변화의 면에서 보면 크고 작음이 없나니

산천과 초목은 끊임없이 바뀌어 가고

제왕과 호걸도 흥망이 항상 반복되도다.

人惟處一物號萬

以變觀之無巨細

山川草木成變場

帝伯侯王飜覆緖


김삿갓은 단숨에 여기까지 써 내리고, 잠시 붓을 멈추며 秋月을 바라보고 “어떤가, 자네도 이 시에 공감하는 바가 있는가?”하고 물었다.

추월은 깊은 꿈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조그맣게 속삭인다.

“공감정도가 아니옵고, 저는 이 시에서 인생의 참된 모습을 새삼 깨달은 듯하옵니다.

白樂天의 시에 長生無得者 擧世如蜉蝣(죽지 않는 것은 아무도 없으니 온 세상은 하루살이와 같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오나

선생님의 시를 읽어 보면 인생이 너무 왜소한 것 같사옵니다.”

김삿갓은 인생이란 본시 그런 것이 아니냐 면서 붓을 다시 들어 아직도 못다 편 소회를 펼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