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109) 헤어질까 두려워

수돌이. 2016. 8. 23. 17:09

 

109. 헤어질까 두려워


정성을 다해 받들어 모시는 秋月에게 김삿갓은 얼이 빠져 버렸다.

그러기에 밤마다 춘정을 무르녹도록 나누다가 어느 날 밤에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추월을 예찬했다.


옛날부터 가을은 쓸쓸하다 하지만

나는 가을을 봄보다 좋아하노라

맑은 하늘에 학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나의 시정은 하늘에 솟는 것만 같구나.

自古逢秋悲寂寥

我言秋日勝春朝

晴空一鶴徘雲上

便引詩情到碧宵


추월이라는 이름의 秋자를 따 가지고 추월을 하늘에서 내려오는 학에 비유하여 그를 한껏 예찬한 것이었다.

사세가 이렇게 되고 보니 추월도 한 마디 없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시로서 화답했다.

오래 사모하다 우연히 만나 뵈니

모두가 꿈이 아닌가 싶사옵니다.

지금은 이렇게 즐기고 있어도

언제 또 혼자될까 두렵습니다.

久慕偶相逢

俱疑是夢中

卽今歡樂事

心裏畏空房


김삿갓이라는 사나이는 구름처럼 바람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영원한 방랑객임을 잘 아는 추월은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즐거움보다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사랑이란 그래서 영원히 애달픈 것이라고 일러 오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