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110) 秋月과 작별하고

수돌이. 2016. 8. 23. 17:10

 

110. 秋月과 작별하고


어느덧 깊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와 여기저기 꽃이 만발하고 江界 고을 전체가 桃源境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김삿갓은 어머니 생각이 불현듯 솟아오른다. ‘돌아가시기 전에 가 뵙고 용서를 빌어야지’ 생각이 이에 미친 그는 어렵게 입을 열어 추월에게 알린다.

추월은 예견은 하고 있었지만 가슴이 메어져 오는 것만 같아 대답을 못하고 가슴속으로 흐느껴 울기만 했다. 묵묵히 김삿갓을 따라 강가에 나와서 나룻배를 기다리던 추월은 자기도 모르게 시 한수를 구슬프게 읊었다.


독로강 긴 둑에 풀내음 향긋한데

정 있고 말 없어 무정한 것 같도다.

정든님 머나먼 만 리 밖에 보내자니

언제 또 만나 뵐까 그리움 한이 없네.

禿魯長堤芳草香

有情無語似無情

送君萬里碧山外

何時再逢離思長


대장부의 간장을 에어내는 애절하고도 그윽한 시였다. 김삿갓은 추월의 시가 찡하고 가슴에 울려오자

나룻배에 오르면서 소리를 크게 내어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봄바람에 복사꽃 향기 온 산에 가득한데

임 보내는 가을 달(秋月)의 눈물 한이 없구나.

내 이제 배 위에서 그대에게 묻노니

이별의 슬픔 그대와 나 과연 누가 더할꼬.

春風桃花滿山香

秋月送客別淚情

我今舟上一問之

別恨與君誰短長


추월은 추월대로 슬펐지만 김삿갓은 김삿갓대로 추월 못지않게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그는 추월을 다시 보지 않으려고 뒤로 돌아서서 뱃사공에게 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