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낙화암은 말이 없고
어머니 무덤을 하직하고 내려와 허탈한 마음을 금할 길 없는 김삿갓은 이곳이 옛 백제 땅이니 백제고도나 한번 돌아보려고 부여의 부소산에 올랐다.
낙화암에서 백마강 푸른 물을 굽어보며 잠시 옛날의 비극을 머릿속에 그려 보며 옛 시 한수를 생각했다.
백마대 텅 빈지 몇 해이런가.
낙화암 꽃이 진지 몇 해이런가.
만약에 청산이 말 할 수 있다면
백제의 천고 흥망을 물어 알련만.
白馬臺空經幾歲
落花岩立過多時
靑山若不會緘默
千古興亡問可知
산천은 변함이 없어도 인간사 흥망성쇠는 변화무쌍함을 말해 주는 시이다.
봄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부소산 일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붉게 피어 있어서 "해마다 꽃은 똑 같이 피어도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않다.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는 시와 함께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落花吟이라는 시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새벽에 깨어 보니 꽃이 온 산에 붉은데
피고 지는 일이 빗속에 이루어졌구나.
꽃은 나무에서 바위로 옮겨 붙으려 하건만
떨어지기 아쉬운 꽃은 바람결에 시달리네.
曉起飜驚滿山紅
開落都歸細雨中
無端作意移添石
不忍辭枝倒上風
산에서는 두견새 울다 그치고
향기로운 창공엔 제비가 오락가락
한때의 영광은 꿈과 같은 것이라고
성터에 앉아 있는 늙은이가 탄식하네.
鵑月靑山啼忽罷
燕泥香逕蹴金空
繁華一度春如夢
坐嘆城南頭白翁
고란사를 거쳐 백마강으로 내려와서 전설에 얽힌 釣龍臺를 바라보며 나룻배를 타고 낙화암을 돌아 구두래 나루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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