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114) 廣寒樓에서

수돌이. 2016. 8. 23. 17:22

 

114. 광한루에서


情絲怨緖(애정과 원한은 서로 엇갈려 돌아감)라는 말도 있고, 樂不可極(즐거움은 끝까지 누리는 것이 아니다)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만남과 헤어짐은 때가 있는 법, 김삿갓은 娟月의 집에서 5,6일 묵은 후에 그의 만류를 뿌리치고 단호히 일어서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는 益山을 거쳐 춘향의 고사가 얽힌 전라도 南原의 廣寒樓를 찾아 갔다. 역시 광한루는 경치도 정자도 모두 좋아서 그런지 시인 묵객들이 모여들어 곳곳에서 시회가 열리고 술 인심도 좋았다. 김삿갓을 알아본 선비들이 여기저기서 함께하기를 청했다. 그래서 김삿갓은 광한루에서 시를 여러 편 지었다.


남국의 경치는 이 광한루에 다 모였는가.

용성 아래의 오작교 머리에 섰네.

마른 강에 소나기 퍼 붓고 지나가니

들판 적신 남은 구름 거치지 않네.

南國風光盡此樓

龍城之下鵲橋頭

江空急雨無端過

野潤餘雲不肯收


지팡이와 집신뿐인 외로운 나그네가 천리 길 찾아 드니

신선들은 사시장천 장구 치며 노는구나.

은하수와 봉래섬이 한 줄기로 이었으니

구태여 바다의 용궁을 찾아 무엇 하리오.

千里笻鞋孤客倒

四時歌鼓衆仙遊

銀河一脈連蓬島

未必靈區入海求


또 어떤 술좌석에서는 술을 진탕 먹어가며 지극히 환상적인 시를 읊기도 했다.


구태여 정자에서 달구경만 할 것인가

광한루 허공으로 몸과 맘을 날려 보자

내 몸 달빛에 비치면 모두 우러를지니

그림자 강물에 비쳐 흐름 위에 둥실 뜨리.

看月何事依小樓

心身飛越廣寒頭

光垂八域人皆仰

影入千江浮其流


그 옛날 이태백은 몇 번이나 말했던고

달 속의 옥토끼와 시름 같이 나누자고

둥근 달 오늘 밤에 둥실 높이 떠오르니

검은 구름 모두 걷혀 푸르기만 하구나.

擴古詩仙曾幾問

長生藥兎來應愁

圓輪白重今宵出

碧落雲霽廓已收


김삿갓의 시상은 변화무쌍하고 활달자재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