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24) 朝登立石雲生足 24. 朝登立石雲生足 금강산을 찬미하는 시 한 수씩을 주고 받은 空虛스님과 김삿갓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百年知己를 만난 듯 肝膽相照하는 사이가 되었다. 두 분은 모두 仙境에 노니는 詩仙이면서 大酒家이기도 했다. 연일 穀茶 대접을 받으며 空虛와 더불어 詠風弄月하던 김삿갓은 어.. 김삿갓 2016.07.29
김삿갓(23) 百尺丹岩桂樹下 23. 百尺丹岩桂樹下 김삿갓은 長安寺에 잠시 들렀다가 佛影庵부터 찾아 나섰다. <괴짜중>이라고 알려진 空虛스님부터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불영암은 장안사의 뒷산을 5리쯤 올라가서 있었다. 김삿갓을 반갑게 맞은 공허스님은 수인사를 나누자마자 "선생은 시를 잘 지으신다.. 김삿갓 2016.07.29
김삿갓(22) 綠靑碧路入雲中 22. 綠靑碧路入雲中 偈惺樓 위에서 바라보이는 길들은 아득히 구름 속으로 이어져 있는데 어디선가 폭포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울울창창한 송림 사이에서는 학의 무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눈앞의 풍경이 너무도 황홀하여 잠시 무아경에 잠겨 있는데 홀연 어느 암.. 김삿갓 2016.07.29
김삿갓(21) 一峰二峰三四峰 21. 一峰二峰三四峰 明宗 때의 명필이요 풍류객이었던 蓬萊 楊士彦이 수십 질 높이의 암벽에 새겼다는 <萬瀑洞> 세 글자를 바라보며 일만 이천 봉우리 중에서 47개의 봉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偈惺樓가 여기에서 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금강산의 참된 면목을 알려.. 김삿갓 2016.07.29
김삿갓(20) 松松栢栢岩岩廻 20. 松松栢栢岩岩廻 정처 없이 발길을 옮겼다고는 하지만 북으로 북으로 걸음을 거듭한 김삿갓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금강산에 도착하였다. 산수를 좋아했던 옛 선비들이 그토록 황홀해하면서 찬탄해 마지않았던 바로 그 금강산이다. 산길을 걸어가노라니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산과 산.. 김삿갓 2016.07.29
김삿갓(19)妻妾同房 19. 妻妾同房 이번에는 김삿갓이 운이 좋아서 과객접대를 잘하는 부잣집 사랑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런데 주인은 보이지 않고 객들만 둘러앉아서 질펀한 잡담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이야기인즉 주인영감은 복이 많아서 그 나이에 젊은 처첩을 거느리는데 치마폭을 떠나지 못해 항상 사랑.. 김삿갓 2016.07.29
김삿갓(18) 惰 婦 18. 惰 婦 김삿갓이 어느 날 두메산골 오두막집에서 또 하루를 묵었다. 그런데 그 집 주인은 선량하기 그지없었으나 젊은 아낙은 잠깐 보아도 게으르고 방자하여 주부다운 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낮잠을 자고 있는 여인은 빨래를 언제 해 입었는지 옷에서는.. 김삿갓 2016.07.29
김삿갓(17) 笑而不答心自閑 17. 笑而不答心自閑 어느덧 세월이 흘러 겨울이 가고 새봄이 왔다. 죽장망혜로 대자연속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김삿갓의 가슴은 상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눈을 들어 사방을 살펴보니 시야를 가로막는 첩첩 태산들은 아직도 아침안개 속에 잠겨 있는데 저 멀리 산골자기에 흘러가는 물소.. 김삿갓 2016.07.29
김삿갓(16) 飛來片片三春蝶 16. 飛來片片三春蝶 이곳저곳을 방랑하는 사이에 어느덧 세월은 흘러 겨울에 접어들었다. 다행이 이번에도 사람을 알아보는 좋은 주인을 만나 며칠 동안 후한 대접을 받으면서 시문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간밥에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산천초목이 모두 눈 속에 파.. 김삿갓 2016.07.29
김삿갓(15) 探花狂蝶半夜行 15. 探花狂蝶半夜行 누각에서 홀로 달을 보고 있는 처녀는 다름 아닌 서당 집 후원초당에 숨어서 글만 읽고 있다는 紅蓮이라던 바로 그 규수였다. 김삿갓은 설레는 가슴을 억누르고 말을 걸어 보았지만 대답 없이 달만 바라보고 있는데 달빛 어린 그 눈이 유난히도 아름다워 보였다. 다락 .. 김삿갓 201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