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16) 飛來片片三春蝶

수돌이. 2016. 7. 29. 16:52

16. 飛來片片三春蝶


이곳저곳을 방랑하는 사이에 어느덧 세월은 흘러 겨울에 접어들었다. 다행이 이번에도 사람을 알아보는 좋은 주인을 만나 며칠 동안 후한 대접을 받으면서 시문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간밥에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산천초목이 모두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천황씨가 죽었는가. 인황씨가 죽었는가.

산과 나무가 모두 상복을 입었구나.

해님이 부고 듣고 내일이라도 문상을 오면

집집마다 처마 끝이 눈물을 흘리리라.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明日若使陽來弔

家家簷前淚滴滴


혼자 휘갈기는 즉흥시를 지긋이 내려다보던 주인이 다시 무릎을 친다. 하얀 눈을 상복에 견주고, 앞으로 녹아내릴 낙수를 태양이 조문할 제 온 백성이 흘릴 눈물로 표현했으니 그 얼마나 기발한 발상이요 오묘한 비유인가.


주인은 다시 술을 내오지만 벌서 여러 날이 지났으니 이제 더는 머무를 염치가 없었다.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데 어떻게 길을 떠나겠느냐면서 나그네를 붙잡아 두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연방 술을 권해 오던 주인의 만류를 정중히 사양하고 또 다시 홀로 눈길을 걸어간다.

날리는 눈송이는 춘삼월 나비 같고

내딛는 발밑에서는 오뉴월 개구리 소리

추워서 못 간다고 눈을 핑계 대며

취중에 행여 머무를까 다시 술잔을 권하네.

飛來片片三春蝶

踏去聲聲五月蛙

寒將不去多言雪

醉或以留更進盃


나비처럼 날아드는 함박눈을 맞으며 쌓인 눈을 밟고 걸어가는 거름 거름마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뽀도독>소리를 운치 있게 들으면서 티 없이 깨끗한 은세계를 걸어가는 김삿갓은 한사코 떠나지 말라고 붙잡던 주인의 후의에 마음 속 깊이 감사를 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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