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妻妾同房
이번에는 김삿갓이 운이 좋아서 과객접대를 잘하는 부잣집 사랑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런데 주인은 보이지 않고 객들만 둘러앉아서 질펀한 잡담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이야기인즉 주인영감은 복이 많아서 그 나이에 젊은 처첩을 거느리는데 치마폭을 떠나지 못해 항상 사랑보다는 안방을 좋아할 뿐 아니라 괴팍한 성미라서 그런지 고대광실 그 많은 방들을 다 놔두고 큰 마누라와 작은 마누라를 한 방에 데리고 산단다.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김삿갓은 하마터면 폭소를 터뜨릴 번했다. 불현듯 두 마누라를 좌우에 누여 놓고 자는 광경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즉석에서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단숨에 휘갈겼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월 좋은 때에
마누라와 첩이 정답게 누워 있네.
원앙 베개에는 머리 셋이 나란히
비단 이불 속에는 팔이 여섯이로다.
不熱不寒二月天
一妻一妾最堪憐
鴛鴦枕上三頭竝
翡翠衾中六臂連
입을 벌려 웃으면 세 입이 品자 같고
몸을 돌려 누우면 세 몸이 川자 같으리.
동쪽에서 하던 일 끝나기가 무섭게
서쪽으로 옮겨가 또 한판 해야 하네.
開口笑時渾似品
側身臥處恰如川
纔然忽破東邊事
又被一擧打西邊
*正音社에서 발간한 <金笠詩選>에는 이 시가 김삿갓의 시로 되어 있는데 또 일설에는 壬亂때 名臣이면서 풍자와 해학을 즐겼던 白沙 李恒福이 피난길에서 본 어느 대감의 행태를 읊은 戱詩라고도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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