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21) 一峰二峰三四峰

수돌이. 2016. 7. 29. 17:03

21. 一峰二峰三四峰


明宗 때의 명필이요 풍류객이었던 蓬萊 楊士彦이 수십 질 높이의 암벽에 새겼다는 <萬瀑洞> 세 글자를 바라보며 일만 이천 봉우리 중에서 47개의 봉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偈惺樓가 여기에서 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금강산의 참된 면목을 알려거든 석양 무렵에 게성루에 올라 보라." (欲識金剛眞面目 夕陽須上偈惺樓) 는 옛 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藥師庵, 白雲庵, 도率庵, 迦葉庵 등 수없이 많은 암자를 지나 드디어 게성루에 올랐다.


남쪽으로 보이는 것은 凌虛峰과 永郞峰이요, 동쪽으로 보이는 것은 日出峰과 月出峰, 북쪽으로는 白玉峰과 玉仙峰, 과연 장관이었다. 처음에는 높은 산봉우리 몇 개 인줄 알았는데 짙은 안개 속에서 높은 봉우리 사이사이로 무수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봉우리들을 세어보던 김삿갓은 시흥에 겨워 즉흥시 한 수를 이렇게 읊었다.


하나 둘 셋 넷 봉우리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봉우리

삽시간에 천만 봉이 새로 생겨나

구만리장천이 모두 산봉우리로구나.

一峰二峰三四峰

五峰六峰七八峰

須臾更作千萬峰

九萬長天都是峰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산봉우리만이 아니었다. 북쪽은 산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지만 동쪽은 산과 산 사이로 동해바다의 만경창파가 한눈에 바라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김삿갓은 또 한수를 읊었다.


태산이 뒤를 가려 북쪽은 하늘이 없고

눈앞이 바다여서 동쪽은 땅의 끝이네.

다리 아래 길은 사방으로 통해 있고

일만 이천 봉이 지팡이 끝에 솟아 있네.

泰山在後天無北

大海當前地盡東

橋下東西南北路

杖頭一萬二千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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