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綠靑碧路入雲中
偈惺樓 위에서 바라보이는 길들은 아득히 구름 속으로 이어져 있는데 어디선가 폭포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울울창창한 송림 사이에서는 학의 무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눈앞의 풍경이 너무도 황홀하여 잠시 무아경에 잠겨 있는데 홀연 어느 암자에서 한낮의 종을 요란스럽게 쳐 대어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김삿갓은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활짝 뜨고 즉흥시 한 수를 다시 읊었다.
푸른 산길 더듬어 구름 속에 들어오니
다락이 좋아 시인의 발길을 멈추게 하네.
용의 조화로 눈 날리는 폭포소리 머금게 하고
칼의 신령은 산을 깎아 이 하늘에 꽂았구나.
綠靑碧路入雲中
樓使能詩客住笻
龍造化含飛雪瀑
劍精神削揷天峰
날아가는 저 학들은 몇 천 년 살았을꼬.
물가의 푸른 소나무 삼백 길이 넘는구나.
졸고 있던 이 내 심사 스님이 알길 없어
한낮에 종을 쳐서 사람을 놀라게 하네.
仙禽白幾千年鶴
澗樹靑三百丈松
僧不知吾春睡惱
忽無心打日邊鐘
게성루 다락 위에서 바라보이는 萬瀑洞 풍경은 모두가 살아 있는 詩요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더구나 석양 무렵 계곡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차라리 미치도록 황홀케 하였다.
얼빠진 사람처럼 한나절을 다락 위에서 몽롱하게 보낸 김삿갓은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산 밑에 있는 白雲庵으로 내려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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