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이 (虱)
김삿갓이 산하를 주류하면서 때로는 시와 풍류를 아는 선비를 만나거나 후덕한 주인을 만나 융숭한 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대개는 초막이나 토굴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이, 벼룩, 빈대 등의 기생충에게 항상 시달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허리춤을 더듬어 이 한 마리를 잡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음과 같은 시 한수를 읊었다.
배고프면 피를 빨고 배부르면 물러가는
삼백 곤충 중에서도 가장 못난 네놈아
나그네의 품속에서 낮잠이나 방해하고
새벽이면 주린 배의 쪼르륵 소리를 듣는구나.
飢而吮血飽而擠
三百昆蟲最下才
遠客懷中愁午日
窮人腹上聽晨雷
꼴은 보리알 같아도 누룩은 될 수 없고
바람풍자 되다 말아 매화도 못 떨군다.
묻노니 너는 신선도 괴롭힐 수 있느냐
천태산 마고할미 머리 긁는 것도 네 탓이니라.
形雖以麥難爲麯
字不成風未落梅
問爾能侵仙骨否
麻姑搔首坐天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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