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36) 釋王寺와 李成桂

수돌이. 2016. 8. 18. 17:26

37. 釋王寺와 李成桂

雪峰山 釋王寺는 조선왕조를 창업한 이성계가 아직 永興에 살면서 武藝를 닦고 있던 시절, 無學大師를 처음 만나 장차 王이 될 것이라는 꿈 풀이를 듣고 大望을 품었으며, 후일 뜻을 이룬 후에 이를 기념하여 세운 절이라는 전설이 무성한 곳이다.

半月行者는 직접 보기라도 한 듯 신바람이 나서 김삿갓에게 석왕사의 유래를 설명한다. 무학대사가 이곳의 한 토굴에서 수도하고 있을 때 破字占을 잘 치기로 유명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성계가 그를 찾았다.

그런데 먼저 점을 치러 온 사람이 있었고, 이성계는 등 뒤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다. 무학은 그 사람에게 아무 글자나 당신이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한 자만 쓰라고 했고 그는 問자를 써서 내밀었다.

問자를 받아 든 무학은 잠시 묵상을 하더니 ‘평생 거지가 될 팔자’라고 했고, 옷차림도 깨끗하고 얼굴도 멀끔한 그는 내가 왜 거지냐고 항변 했지만 무학은 問자는 門에 입(口)이 달렸으니 그대는 거지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를 듣고 실망한 그는 「나는 거지신세를 면해 볼까 해서 새 옷까지 빌려 입고 점을 치러 왔건만 암만해도 팔자도망은 못하는가 보다」고 한탄하면서 총총히 살아졌다. 이를 본 이성계는 도사를 곯려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 자기도 問자를 써서 내 밀어 보았다.

한참동안 명상에 잠겨 있던 무학은 별안간 자세를 가다듬고 「장차 이 나라의 주인이 되실 분께서 왕림해 주셨으니 황공하옵니다.」하면서 합장배례를 한다. 귀를 의심한 이성계는 같은 글자를 가지고 그렇게도 상반된 해석을 하느냐고 물었고,

무학은 같은 글자라도 그 사람의 心志 稟性 氣象에 따라 점괘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하면서, 같은 問자라도 귀공께서 내 놓은 問자는 좌로 보아도 君자요 우로 보아도 君자이니 이 어찌 장차 이 나라의 임금이 되실 분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에 호기심이 동한 이성계는 다시 꿈 풀이를 부탁했다.

어느 헌집에서 잠을 자는데 별안간 모든 집에서 닭들이 요란하게 울어 대고, 집이 무너져서 급히 빠져 나오는 데 서가래 세 개가 등에 얹혔으며, 뜰에 피어 있던 꽃이 별안간 다 떨어지고, 난데없이 큰 거울이 깨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으니 凶夢이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무학의 해몽은 이랬다. 닭들이 <꼬끼요>하고 울었으니 이는 <高貴位>가 오실 것을 알리는 것이요, 서가래 세 개를 등에 젖으니 이는 王자가 분명하고, 꽃이 떨어졌으니 열매가 맺을 것이며, 요란한 소리가 났으니 천하를 호령할 것이라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한 반월행자는 이성계의 시 한 수를 외우면서 무학대사의 예언에 고무된 그가 雄志를 품고 산을 내려오면서 천산만봉을 굽어보고 읊은 것이라 했다.

칡덩굴 움켜잡고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조그만 암자 하나 구름 속에 누었구나.
눈에 보이는 산천이 모두 내 땅이 된다면
초월 강남인들 어찌 용납하지 못하랴.
引手攀蘿登碧峰
一庵高臥白雲中
若將眼界爲吾土
楚越江南豈不容

김삿갓은 무인 이성계가 시를 읊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멀리 중원 땅까지 넘보는 그 웅장한 기상에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후 이성계는 큰 뜻을 이루어 냈고, 무학대사가 王자 꿈 풀이를 해 주었던 그 토굴 자리에 절을 지어 釋王寺라 이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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