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벼룩 (蚤)
시를 읊는 사이에 이란 놈은 옷깃 속으로 기어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장단지가 바늘로 찔리는 듯이 따끔해 온다. 말할 것도 없이 벼룩이란 놈이 쏘아 대고 있는 것이다. 김삿갓은 은근히 화가 동해 이번에는 '벼룩' 이란 제목으로 즉흥시를 이렇게 읊었다.
대추씨 같은 꼴에 날래기는 대단하다
이하고는 친구요 빈대와는 사촌이라
낮에는 죽은 듯이 자리 틈에 숨었다가
밤만 되면 이불 속에서 다리를 물어뜯네.
貌似棗仁勇絶倫
半蝨爲友蝎爲隣
朝從席隙藏身密
暮向衾中犯脚親
주둥이가 뾰족하여 물리면 따끔하고
펄떡펄떡 뛸 때마다 단꿈을 놀래 깬다.
날이 밝아 살펴보면 온몸이 만신창이
복사꽃이 만발한 듯 울긋불긋하구나.
尖嘴嚼時心動索
赤身躍處夢驚頻
平明點檢肌膚上
剩得桃花萬片春
부처님께서는 살생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 내 어찌 너를 죽이겠느냐. 나의 피를 마음껏 빨아 먹어라. 그것만이 내가 이 세상에서 너에게 베풀 수 있는 유일한 자비심일 것이다. 김삿갓은 이와 벼룩에게 시달리는 고달픔을 이렇게 시로써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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