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 (41) 光陰者百代之過客

수돌이. 2016. 8. 18. 20:07

41. 光陰者百代之過客


며칠 전만해도 산길을 걸으려면 등에 땀이 흘렀다. 그런데 가을이 어느새 산속 깊이 숨어들었는지, "천지는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라 했던가. 거침없이 흘러가는 것이 세월인 듯싶었다.


얼마를 걸어오다 보니 40 가량 되어 보이는 사나이가 한 무덤 앞에 엎드려 통곡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정 많은 김삿갓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에게 다가가 사연을 물었더니 얼마 전에 자식 놈이 죽었는데 이번에는 또 마누라가 죽었단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 보았지만 지금 그에게 무슨 말을 들려준들 위로가 될 수 있으랴. 슬픈 사람은 그저 마음껏 울게 내버려 두는 것이 최상의 위로일 것 같아 물끄러미 보라보면서 혼자 마음속으로 시 한 수를 읊어 본다.


아들이 죽은 후에 또 아내를 묻으니

찬바람 해거름이 처량하기 그지없네.

돌아오니 집안은 절간처럼 쓸쓸한데

찬 이불 움켜 안고 새벽닭을 지새우오.

哭子靑山又葬妻

風酸日薄轉凄凄

忽然歸家如僧舍

獨擁寒衾坐達鷄


희로애락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것이 인생이고 보니 어느 누구인들 슬픈 일이 노상 없을 수 있으랴. 그러나 아들과 아내가 연달아 죽은 것은 슬픈 일 중에서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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