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평생친구 그림자
안진사 댁을 나온 김삿갓은 다시 정처 없는 길을 걸어가다가 문득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결국 죽는 날까지 나의 유일한 친구는 오직 나의 그림자가 있을 따름인가 보구나.’
햇빛이나 달빛에 따라 형태가 여러 가지로 변하지만 언제나 자기를 따라다니는 충실한 벗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오나가나 너는 항상 나를 따라 오는데
서로가 비슷해도 네가 나는 아니로다.
달빛 받아 길어지면 괴상한 꼴이 되고
한낮에 뜰에 서면 난쟁이 꼴 우습구나.
進退隨儂莫汝恭
汝儂酷似實非儂
月斜岸面驚魁狀
日午庭中笑倭容
베개 베고 누우면 찾아볼 길 없다가도
등잔 뒤를 돌아보면 홀연 다시 만나건만
담담히 사랑해도 너는 끝내 말이 없고
빛 없는 곳에서는 종적조차 감추누나.
枕上若尋無覓得
燈前回顧忽相逢
心雖可愛終無言
不暎光明去絶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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