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담 뱃 대
김삿갓에게는 항상 꽁무니에 차고 다니는 또 하나의 친구 담뱃대가 있었다.
심심할 때 피우는 것이라고 해서 담배를 <심심초>라고도 했다.
심심해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담뱃대를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즉흥시 한 수를 읊었다.
둥근 머리에 목은 굽고 몸은 길기도 한데
은장식 구리장식 값이 헐하지 않다
푸른 연기 한 번 빨면 안개가 자옥하니
향초가 탈 때마다 봄도 함께 사라지네.
圓頭曲項又長身
銀飾銅裝價不貧
時吸靑煙能作霧
每焚香草暗消春
주막집 찬 등불 아래 온갖 시름 벗하고
부슬비 내리는 정자에서 한 대 피우는 맛 새롭구나.
너로 인해 해마다 얼룩참대 잘라 내니
요 임금의 따님들이 강가에서 울리라.
寒燈旅館千愁伴
細雨江亭一味新
斑竹年年爲爾折
也應堯女泣湘濱
*담뱃대로 쓰이는 얼룩참대는 중국 동정호에서만 생산되는데 堯 임금의 따님이 눈물을
뿌려서 얼룩졌다고 하는 瀟湘斑竹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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