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94) 大同江

수돌이. 2016. 8. 23. 16:46

 

94. 대동강


육십노과부의 집을 나선 김삿갓은 당초의 목표였던 평양을 향하여 북으로 북으로 올라갔다.

여러 곳을 두루 구경하면서 몇 달이 지나서야 대동강 나루터에 다다르니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강물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설레 인다.

价川에서 흘러내리는 順川江과 陽德, 孟山에서 흘러내리는 沸流江, 그리고 江東, 成川 등지에서 흘러내리는 西津江 등등,

여러 갈래의 물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강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大同江이라 했다던가.

나룻배에 올라 대동강을 건너려니 고려 인종 때의 문신이요 시인이었던 이 고장출신 南湖 鄭知常의 「대동강」이라는 시가 머리에 떠오른다.


긴 둑에 비가 개어 풀빛이 완연한데

고운 님 보내자니 노래가 슬프구나.

대동강 푸른 물은 언제나 마를런가?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강물을 불리네.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대동강 위에서 사랑하는 남녀들의 이별이 얼마나 많았으면 고려 때부터 그러한 시가 나왔을까.

뱃사공은 푸른 물결을 갈라 헤치며 흥겹게 노를 저어 나간다.

선남선녀들이 가득가득 타고 있는 수많은 놀잇배에서는 멋들어진 피리소리와 함께 구성진 노랫소리가 아득히 들려오고 있었다.

김삿갓은 시흥이 절로 솟아 즉흥시 한수를 읊었다.


대동강에 떠 있는 수많은 놀잇배들

피리소리 노랫소리 바람결에 들려오네.

길손은 말 멈추고 시름겹게 듣는데

창오산의 산 빛이 구름 속에 저문다.

大同江上仙舟泛

吹笛歌聲泳遠風

客子停驂聞不樂

蒼梧山色暮雲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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