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바 둑
김삿갓은 어릴 때 함께 글공부하던 친구들과 어울려 바둑을 두고 있었다.
지난 번 장기에 대한 시를 보고 감탄했던 친구들은 바둑에 관한 시도 한 수 지어보라 졸라댔고 김삿갓은 못 이기는 척 다시 한 수 읊었다.
검은 돌 흰 돌이 진을 치고 에워싸며
잡아먹고 버리기로 승부가 결정 난다.
그 옛날 사호들은 바둑으로 세상 잊고
삼청의 신선놀음 도끼자루 썩었다네.
縱橫黑白陣如圍
勝敗專由取捨棋
四皓閑枰忘世坐 *四皓란 옛날 한고조 때의 신선을 말함이요,
三淸仙局爛柯歸 三淸은 그들이 살던 집이다.
꾀를 써서 요석 잡아 유리하게 돌아가니
잘못 썼다 물러 달라 손을 휘휘 내젓는다.
한나절에 승부 나고 다시 한판 시작하니
돌 소리는 쩡쩡하나 석양이 기울었네.
詭謀偶獲擡頭點
誤着還收擧手揮
半日輸瀛更挑戰
丁丁然響到斜煇
옛날부터 바둑을 신선놀음이라 일컬어 오거니와 속세를 떠난 듯, 한가롭게 싸워가며 바둑을 두어 가는 모습을 절묘하게 묘사한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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