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51) 可憐門前別可憐

수돌이. 2016. 8. 22. 16:53

51. 可憐門前別可憐


김삿갓이 행장을 꾸리고 뜰 아래로 내려서자 가련은 치마귀로 입을 가리며 눈물만 글썽거릴 뿐 아무 말도 못했다. 김삿갓도 그 모양을 보고서는 발길을 돌리기가 거북하여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 사람아! 佛典에 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人之常情인데 무얼 그리 섭섭해 하는가. 자네는 시를 좋아하니 내 떠나기 전에 자네한테 옛 시 한 수 읊어 줌세.」


새들은 같은 나무에서 잠을 자도

날이 밝으면 뿔뿔이 헤어지네.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도 그와 같으니

어쩌다 눈물 흘려 옷깃 적시나.

衆鳥同枝宿

天明各自飛

人生亦如此

何必淚沾衣


가련은 그 시를 듣자 마음이 한결 넓어지며 슬픔이 많이 가셔지는 것만 같았다. 「부디 평안이 가시옵소서.」가련이 문간에 기대서서 눈물을 씹어 삼키며 전송을 하고 있으려니 김삿갓도 차마 발길을 돌리기 어려운지 가련을 그윽이 바라보다가 결별시 한 수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가련의 문전에서 가련과 이별하니

가련한 나그네가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몸 떠나감을 슬퍼 말아라

가련을 잊지 않았다가 가련에게 다시 오리.

可憐門前別可憐

可憐行客尤可憐

可憐莫惜可憐去

可憐不忘歸可憐


결별시를 들은 가련은 얼굴을 치마폭에 묻고 어깨를 들먹이기만 했다. 김삿갓은 잠시 주저하다가 「꽃이 피면 비바람 많듯,

인생에는 이별도 많구나.(花發多風雨 人生足別離)」하고 옛 시 한 구절을 중얼거리며 허탈한 자세로 휘적휘적 발길을 옮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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