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可憐門前別可憐
김삿갓이 행장을 꾸리고 뜰 아래로 내려서자 가련은 치마귀로 입을 가리며 눈물만 글썽거릴 뿐 아무 말도 못했다. 김삿갓도 그 모양을 보고서는 발길을 돌리기가 거북하여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 사람아! 佛典에 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人之常情인데 무얼 그리 섭섭해 하는가. 자네는 시를 좋아하니 내 떠나기 전에 자네한테 옛 시 한 수 읊어 줌세.」
새들은 같은 나무에서 잠을 자도
날이 밝으면 뿔뿔이 헤어지네.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도 그와 같으니
어쩌다 눈물 흘려 옷깃 적시나.
衆鳥同枝宿
天明各自飛
人生亦如此
何必淚沾衣
가련은 그 시를 듣자 마음이 한결 넓어지며 슬픔이 많이 가셔지는 것만 같았다. 「부디 평안이 가시옵소서.」가련이 문간에 기대서서 눈물을 씹어 삼키며 전송을 하고 있으려니 김삿갓도 차마 발길을 돌리기 어려운지 가련을 그윽이 바라보다가 결별시 한 수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가련의 문전에서 가련과 이별하니
가련한 나그네가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몸 떠나감을 슬퍼 말아라
가련을 잊지 않았다가 가련에게 다시 오리.
可憐門前別可憐
可憐行客尤可憐
可憐莫惜可憐去
可憐不忘歸可憐
인생에는 이별도 많구나.(花發多風雨 人生足別離)」하고 옛 시 한 구절을 중얼거리며 허탈한 자세로 휘적휘적 발길을 옮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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