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49) 半含嬌態半含羞

수돌이. 2016. 8. 22. 16:48

49. 半含嬌態半含羞


가련은 김삿갓이 언제 떠나갈지 몰라 불안하므로 그를 오래도록 붙잡아 두기 위하여 날마다 그가 좋아할 만한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관광안내에 나섰다. 가련은 妓女답지 않게 흥청거리는 사내를 백안시하며 고고하게 살아온 여자다. 그러나 김삿갓만은 그의 시에 반하여 미칠 듯이 좋아하였다.


김삿갓도 가련을 사귀어 볼수록 그에 대한 정이 깊어 갔다. 어느 날 밤에는 마루에 나란히 앉아 달을 바라보며 인생을 논하고 시를 말하다가 '자네는 나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도 좋은가.' 하고 물었더니 가련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웃음 지은 채 비녀만 매만지는 것이었다.


창가에 마주 앉아 희롱을 하다보니

그 모습 수줍달가 애교롭달가

그토록 좋으냐고 조그맣게 물으니

금비녀 매만지며 고개만 끄덕이네.

對月紗窓弄未休

半含嬌態半含羞

低聲暗問相思否

手整金釵笑點頭


순간적으로 흘러나오는 시였지만 과연 김삿갓이었다. 半含嬌態半含羞라. 동양미인의 아름다운 자태를 이처럼 멋지게 그려 낸 시가 또 다시 있을까. 그 시를 들은 가련은 방으로 달려가 지필묵을 가지고 나와서 그 시를 바로 써 달라며 자기가 써서 걸었던 春桂問答 족자를 떼어 버리고 삿갓어른의 시와 친필을 걸어 놓고 싶다고 했다.


'이 사람아! 글씨는 자네 글씨가 더 좋은데 그 좋은 족자를 왜 떼어 버리겠다는 것인가.' 하고 물으니 '그 족자는 아무 사연도 없는 무의미한 것이옵니다. 삿갓 어른의 친필과 시를 두고두고 감상하고 싶사옵니다.' 하고 대답한다. '허허-- 자네가 갈수록 사람의 간장을 녹여내네 그려.' 하고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일필휘지했으니 그 필적 또한 천하명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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