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50) 白宵誰飾亂灑天

수돌이. 2016. 8. 22. 16:51

50. 白宵誰飾亂灑天


김삿갓은 날이 갈수록 가련에게 정이 깊어 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기녀에게 몸을 묶어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어 자기를 스스로 반성해 보기도 했다.

「병연아! 너는 조상의 죄와 네가 지은 죄를 모두 속죄하기 위하여 처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온 몸이 아니더냐. 그러한 네가 이제 와서 기녀의 품에서 방탕을 일삼고 있다면 너 또한 한낱 무뢰한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김삿갓은 그러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세월은 흘러가서 어느덧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었다. 어느 날 새벽에 무심코 창을 열어 보니 산과 들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김삿갓은 길을 떠나야 한다는 충동을 느끼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하얀 눈가루를 누가 하늘에 흩뿌렸는가.

눈이 부시도록 다락 앞이 밝구나.

모든 골자기에 달빛이 어린 듯하고

산들은 옥으로 깎은 듯 그 모습 그윽하다.

白宵誰飾亂灑天

雙眸忽爽霽樓前

鍊鋪萬壑光斜月

玉削千峰影透烟


배를 타고 剡溪로 숨은 사람을 찾아가

반가운 그 사람과 글 토론이나 할까나

솜씨 좋은 문장가가 이 좋은 경치보고 나면

그림 같이 멋들어진 시 백 편은 읊으리라.

訪隱人應隨剡掉

懷兄吾亦坐講筵

文章大手如逢此

寫景高吟到百篇

*섬계는 옛날 대문장가 戴逵가 숨어 살던 곳.

뒤미처 잠에서 깨어나 창밖의 은세계를 내다보며 좋아하던 가련은 무심코 김삿갓이 쓰고 있는 시를 내려다보다가 가슴이 철렁하였다.

거기에는 김삿갓이 길을 떠나려는 심정이 여실히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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