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33) 一城踏罷有高樓

수돌이. 2016. 8. 18. 17:23

34. 一城踏罷有高樓


鶴城山 서쪽에는 飄飄然亭이라는 또 하나의 정자가 있어 동쪽의 駕鶴樓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삼방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흐르다가 이곳에 이르러서는 물결이 일렁거리는 龍塘여울을 이루는데 그 앞으로 쭉 뻗어 나온 학성산의 한 줄기 산마루 끝에 정자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아마도 飄飄然亭이라는 이름은 陶淵明의 歸去來辭에 나오는 風飄飄而吹衣(바람은 솔솔 옷자락에 분다)라는 시구에서 따 온 듯하였다. 주위에는 고목이 울창하여 꾀꼬리가 날아들고, 바다가 가까운 탓인지 南大川 물가에는 갈매기가 날고 있으니 이 풍광을 바라보는 김삿갓이 어찌 시 한 수가 없을 수 있겠는가.


안변 땅 두루 돌다 좋은 정자 만나니

술을 찾고 시를 쓰며 물갈래를 묻노라

고목은 정이 많아 꾀꼬리 모여들고

강물은 거침이 없어 갈매기 나네.

一城踏罷有高樓

覓酒題詩問幾流

古木多情黃鳥至

大江無恙白鷗飛


김삿갓은 시를 한 수 읊고 나자 불현듯 가학루에 걸려 있던 鄭夢周, 鄭道傳의 시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은 정치색이 농후한 영웅호걸들이어서 그 들의 시에는 무언중에 風雲味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닌가.


영웅은 가고 세상은 조용하여

길손은 다락 위에 한가롭게 앉았노라

관동 땅 아직 두루 보지 못했으니

기러기를 따라서 장주로 내려가리.

英雄過去風煙盡

客子登臨歲月悠

宿債關東猶未了

欲隨征雁下長洲 *長洲는 定平의 옛 이름


김삿갓은 자기 자신을 아무 욕심도 없는 순수한 시인으로 자처하는 동시에, 세태변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한 세상을 숨 가쁘게 살았던 정몽주, 정도전 같은 영웅들을 은연중에 비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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