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31) 終日綠溪不見人

수돌이. 2016. 8. 16. 19:06

32. 終日綠溪不見人


김삿갓은 노파와 작별하고 다시 나그네의 길에 올랐다. 安邊은 관동과 관북의 접경지대다. 관동에서 관북 땅으로 접어드니 산세가 더욱 험준하고 인가도 점점 희소하였다. 배가 고프면 솔잎을 따 먹기도 하고 칡뿌리를 캐 먹기도 하면서 토굴신세를 져 오다가 사흘 만에 처음으로 인가를 만났다.


오막살이 주인은 반갑게 맞이해 주었지만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집은 창호지는 언제 발랐는지 새까맣고, 방안에는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대접한답시고 지어온 보리밥은 몇 년이나 묵은 보리쌀인지 발갛게 절어 있었다. 김삿갓은 하룻밤 신세를 지고 그 집을 떠나면서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읊었다.


계곡 따라 종일 가도 사람 하나 못 보더니

겨우겨우 강가에 초막 한 채를 찾았소.

문에 바른 창호지는 여와씨 때의 종이요

비를 들어 방을 쓰니 천황씨 때의 먼지로다.

終日綠溪不見人

辛尋斗屋半江濱

門塗女와元年紙

房掃天皇甲子塵


새까만 그릇들은 우나라 대 구운 건가

새빨간 보리밥은 한나라 때 곡식인가

떠날 때 주인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간밤 일 생각하면 암만해도 입맛 쓰네.

光黑器皿禹陶出

色紅麥飯漢倉陳

平明謝主登前途

若思經宵口味辛


그 어려움 속에서 생면부지 길손을 먹여 주고 재워 준 인정에 감사하면서도 그토록 처참한 삶을 이어 가는 산골 백성이 불쌍하고 서글펐다. 그래서 그는 익살스러운 시로써 속으로 울며 저린 가슴을 달래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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