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沙白鷗白兩白白
김삿갓은 공허스님과 작별하고 海金剛으로 오면서도 이별의 서글픔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인정 같은 것은 깨끗이 떨쳐 버렸노라고 자부해 왔던 그였건만 정작 뜻에 맞는 사람과 헤어지고 보니 마음이 서글퍼 오는 것을 어찌 할 수 없었던지 문득 白樂天의 시 한 구절을 머리에 떠 올렸다.
사람은 목석이 아니고 누구나 정이 있는 것
미인은 차라리 만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을.....
人非木石皆有情
不可不遇傾國色
미인과 헤어지는 것도 어려운 것이겠지만 뜻 맞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진정 서글픔이 아닐 수 없었다. 김삿갓은 이별의 서글픔에 시달리며 묵묵히 걸어오다가 하늘을 우러러 통쾌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이렇게 꾸짖었다.「어리석은 김삿갓아! 天涯의 放浪客으로 자처하는 네가 왜 이리도 지지리 못난 꼴이란 말이냐. 만나고 헤어짐은 인생의 恒茶飯事가 아니었더냐.」
이윽고 해금강에 당도해 보니 겨울바다는 쓸쓸하기 그지없고 눈앞에 전개되는 풍경은 오직 만경창파뿐인데 하얀 모레 밭에서는 흰 갈매기들만이 무심히 노닐고 있다가 어부의 뱃노래에 놀란 듯 활짝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김삿갓이 시 한 수가 없을 수 없었다.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고 모두가 희어
모래와 갈매기 구별조차 어려운데
어부의 노래 듣고 갈매기 날아가니
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구나.
沙白鷗白兩白白
不辨白沙與白鷗
漁歌一聲忽飛去
然後沙沙復鷗鷗
바닷가에는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어차피 정처 없이 나선 길이니 이왕이면 함경도로 발을 뻗어 보고 싶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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