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祠堂洞裡問祠堂
관북의 오지 산골에도 사당동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산골 부자가 사당만 덩그렇게 지어놓고 양반행세를 하고 있었나 보다. 주위에서는 조상이 大匡輔國을 지낸 姜座首댁이라고 알려졌는데 대광보국이란 품계는 正一品의 가장 높은 지위로서 이 산골에 그런 집안이 있을 리 없지만 김삿갓에게는 그런 것을 따져 볼 계제가 아니었다.
우선 하루 밤 신세를 지려고 찾아가서 주인을 찾았다. 머리 모양이나 복식이 모두 괴이한 젊은이가 나왔다가 얼른 문을 닫고 들어가더니 유건을 쓴 육십객 노인이 나와서 '우리 집에는 잡인을 재울 방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 보라' 는 한 마디를 남기고 대문을 닫아걸고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문틈으로 이쪽을 살펴보고 있었다.
사당마을의 사당이 어디냐고 물으니
보국대광을 지낸 강씨 가문이라네.
조상의 유풍은 불교일시 분명한데
못난 자식은 오랑캐 교육을 받았구나.
祠堂洞裡問祠堂
輔國大匡姓氏姜
先祖遺風依北佛
子孫愚流學西羌
주인은 손님 내쫓고 기웃기웃 엿보는데
길손은 문 앞에서 석양을 탄식한다.
좌수별감도 분에 넘친 감투이고
기병이나 졸개라야 격에 어울릴 것을.
主窺簷下低冠角
客立門前歎夕陽
座首別監分外事
騎兵步卒可當當
즉흥시 한 수로서 분풀이를 해주고 나니 그제야 불쾌한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이 한 밤의 잠자리가 아득하였다. 그러니 어찌하랴. 발길 닿는 대로 아무 집으로나 찾아 드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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