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붓」
범어스님은 또다시 "전번에는 종이에 대한 시를 지어 주셨으니 이번에는 붓에 대한 시를 한 수 지어 달라"고 했다.
김삿갓은 다시 범어의 청을 들어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네 친구가 서로 어울리되 너 만을 君이라 함은
고금의 문장을 너만으로 쓰기 때문이리라.
출세하고 낙오함도 네 힘에 달려 있고
영리하고 우둔함도 네 혀끝에 달렸도다.
四友相須獨號君 (文房四友중 붓을 中書君이라 했다.)
中書總記古今文
銳精隨世昇沈別
尖舌由人巧拙分
두꺼비와 까마귀를 그리면 일월이 분명하고
용과 범을 그리면 풍운이 일어난다.
자기 임무를 다한 뒤엔 몽당붓이 되지만
지난날의 그 공로 가장 크다 하리라.
畵出蟾烏照日月
摸成龍虎動風雲
管城歸臥雖衰禿
寵擢當時最有勳
이 시 역시 붓에 대한 효용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예찬한 시였다.
이와 같이 김삿갓은 누어있으면서도 많은 시를 지었고 범어는 덕택에 시 공부를 이어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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