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訓戒訓長
훈장은 술에는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자기가 좋아했다는 절세미인을 잊지 못하는 괴로움을 지금까지도 술로 달래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선비로서의 긍지만은 대단하여 취중에도 김삿갓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 뇌이고 있었다.
「자네가 시조박이나 짖는다고 철없이 거들먹거려대기는 하네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口尙乳臭야. 암 구상유취구 말구」. 선비다운 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주제에 오만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밤새도록 잠을 설치고 말았다.
날이 밝자마자 붓을 들어 <訓戒訓長>이란 제목으로 호되게 꾸짖는 시 한수를 써갈겨놓고, 온다간다 소리도 없이 서당을 빠져 나와 묵묵히 이슬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삿갓의 마음은 서글프기 하고 통쾌하기도 했다.
두메산골 괴팍스러운 훈장은
문장대가를 알아보지도 못하네.
종지 같은 술잔으로 바닷물을 어찌 되며
쇠귀에 경 읽기니 무엇을 깨달으랴.
化外頑氓怪習餘
文章大家不平噓
蠡盃測海難爲水
牛耳頌經豈悟書
그대는 기장이나 갉아 먹는 산골 쥐요
나는 붓으로 구름을 일으키는 뛰는 용이로다.
백 번 죽어 마땅한 네 죄를 잠시 용서하노니
어른 앞에서 행여 까불지 말지니라.
含黍山間奸鼠爾
凌雲筆下躍龍余
罪當笞死姑舍已
敢向尊前語詰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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