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소리정에서
이별이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다. 하물며 사모하는 여인과의 이별에 있어서이랴. 안산댁은 생각할수록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마음이 비단결 같이 고와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얼마를 걷다보니 정자가 하나 있는데 이름조차 괴이한 笑離亭이라 했다.
소리정? 옛날에 어떤 風客들이 헤어지기가 하도 아쉬워 이왕이면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이름을 소리정이라 했나보다. 정자에 오르니 「참다운 인연이면 그만이지 그 외에 또 무슨 꿈이 필요하겠느냐」고 한 안산댁의 전별시가 다시 머리에 떠올라 그리움이 사무치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정자에는 다음과 같은 현판시가 걸려 있었다.
알고 사귄 지 여덟 해가 되건만
만남은 적고 이별만 많았소.
떠나는 천릿길이 너무도 아득해
눈물 가리며 이별곡을 듣노라
相知八年來
會少別離多
臨分千里手
掩淚聞淸歌
말만은 웃으며 헤어지려고 정자의 이름조차 소리정이라 했으나 이별에 따르는 슬픔만은 그 누구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또한 그 옆에는 이런 시도 걸려있었다.
밤마다 그리워 밤이 깊은 줄도 모르오.
저 달은 멀리 가신임에게도 비치리
애끊는 이 내 심정 그 누가 알리오
정자에 기대서서 마냥 눈물 흘리오.
夜夜相思到夜深
東來殘月兩鄕心
此時寃恨無人識
孤倚山亭淚不禁
시를 음미하며 안산댁에 대한 그리움에 잠겨있는데 늙은 선비 한 분이 서서히 걸어 올라온다.
현판시들을 함께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지고 의기가 투합해갔다.
그는 대대로 송도에 살아온 사람이라며 송도로 돌아가는 길이니 동행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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