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밥
우리집 장독대에는 배통이 펑퍼짐한 항아리만 있는게 아니였다
밑 구멍이 숭숭 뚤린 단지도 큰거랑 작은거랑 두개가 엎어져 있다
명절이 돌아 오거나
내 생일때에는 큰 시루에 떡을 쪄 내시고
맵쌀 한되나 들어갈까 싶은 작은 시루에는 엄마 생일떡을 쪄 내신다
설날 해논 떡도 다 못 먹고 석작에 남아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또 떡을 해야 하신다고
설 명절 쇠느라
애닳은 찹쌀 차대기를 들여다 보신다
보름 전날밤 장독대 변소에도 찰밥 한그릇 퍼놓고
오갈때없는 귀신들 먹으라구 대문밖에도 내어 놓았지만
동네 꼬마 녀석들은 담 넘어 떡시루 엎느라헐떡이는 숨 간신히 죽이는밤
정월 대보름 달빛아래 웅크려 잠이들었다
어머니께서는 찰밥은 손으로 먹어도 된다고
검붉은 콩밥을 손으로 주물 주물 눌러주신 찰밥 한덩어리
일부러 뜨끈 뜨끈한 찰밥을 받쳐 들고서
우리집도 찰밥 했다고
친구들 한테 자랑삼아
동네 길을 우쭐대며 걸었던 찰밥
해우 안 산는다거 파래도 쪼금 섞어서 존거라며 억지로
김 한 톳을 내려놓고 가시는 생선장시 아줌마
지푸라기에 묶인 김 뭉치
엄마 몇장이야 ?
세어 보진 않았지만
백장이란다 .!
입 천장에 딱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은 김
김 한장을 반에 반에 반에 또 반틈을 가위로 자른김
귀하다는 김에 찰밥을 싸 먹는날
참기름 몇 방울 떠 다니는 짠장에 찍어
고들 고들한 고두밥을 싼 찰밥
손에 들고서 맛나게 뜯어 먹었던 김밥
땡땡 얼은 찰밥
추억이 얼어가는 밤
Forever - Stratovar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