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에 과거급제한 박문규
83세에 과거급제한 박문규
박문규(朴文逵)는 83세에 과거급제한 사람으로
조선왕조 최고령 과거 급제자 입니다.
83세의 나이에 노익장을 과시하며 당당하게 최고령으로
과거시험에 합격한 박문규는 최고령 급제라는 새로운 기록을
역사에 남기고 떠난 인간승리의 표본이었습니다.
도대체 학문의 끝은 어디이며 인간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한 나이에 자기도전에 성공하여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조에 있어서 과거란 무엇이길래
80이 넘은 나이에도 과거시험에 집착하였을가?
그 답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선시대는 문신중심의 사회이고 문관에게 가문의 영광과
명예가 주어지며 부의 축적은 물론 부인의 축첩 등 수많은 특전이
부여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거시험은 양반들의 유일한 출세길이었으며
가문의 흥망성쇠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83세의 박문규는 과거시험을 몇 번이나 보았을까요.
약 50여년을 시험에 매달렸으니 아마도 수 십 번은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1887년에 급제하여 고종의 특명으로
병조참의를 제수 받았으나 지상과제의 한을 풀어서인지
그 이듬해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박문규는 우리나라 역사상 '만학(晩學)도의 상징'으로 꼽힌 인물이며
조선시대 근체시 전문가이자 가선대부(嘉善大夫)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순창이 본관인 박문규는 마흔이 넘어서 시를 공부하기 시작,
40여년간 수만 편의 시를 외워 전문가의 대열에 올랐습니다.
현대의 시각에서도 놀라운 나이인데, 당시의 평균수명이
40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신선의 경지'로 여겨졌을 만 합니다.
박문규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집안 어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그다지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그가 관심이 있었던 분야는 바로 '돈'과 '장사'였습니다.
친구들이 서당에 둘러앉아 공부에 열중하는 동안, 그는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를 했습니다.
젊어서 채소장사(菜田)를 시작,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수완좋은 그는 직접 채소 농사도 관리하고, 시장에서 거래하는
일에도 능숙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나이의 성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떼돈을 벌어 집을 새로 짓고 친구들을 모아 잔치를
벌이기를 여러 날. 방심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실패였습니다.
채소도 흉작이 나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재산을 모두 팔아야했지요.
장사에서 실패를 경험한 박문규는 재물의 덧없음을 깨닫고,
정신을 채워줄 학문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의 나이 마흔. 고시(古詩)에 매력을 느낀 그는 수만편의 시를 외우고
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쌓아갔습니다.
특히 근체시의 전문가로 인정받아 그 명성이 청나라에까지 퍼졌습니다.
젊은 시절 장사로 이름을 날렸고, 이제 학문에서도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러
사람들의 존경도 받은, 나이 80을 바라보는 노인.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 편안히 여생을 보낼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겁니다.
하지만, 박문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에너지가 끓어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변의 우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 준비에 몰두,
그의 나이 83세이던 고종 24년에 당당히 병과 급제하였습니다.
그의 급제는 조선 조정과 선비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당시 35세였던 고종은 박문규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아,
직접 그를 챙기고 나섰지요.
고종은 막 과거에 합격한 박문규에게 병조참지를 제수하라고 명하였습니다.
고종은 박문규의 나이와 그칠 줄 모르는 노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앞으로 그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한 사려깊은 배려였지요.
83세에 관직을 부여받은 그는 이제 지상과제의 한을
다 풀어서인지 그 이듬해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유명한 시 한수를 소개 하겠습니다.
獨夜(홀로 지새는 밤) -박문규(朴文逵)
一穗寒燈獨夜心, (일수한등독야심)
西風吹葉冷森商. (서풍취엽냉삼삼)
秋蟲似解詩人意, (추충사해시인의)
凉月虛窓伴苦吟. (양월허창반고음)
등불 하나 밝혀놓고 홀로 지새는 이 밤
가을바람에 잎새 지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네
가을벌레가 시인의 마음을 헤아렸음일가
달빛 비치는 창 가에서 시 읊조리는 이의 짝이 되어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