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김삿갓(78) 黃眞伊 묻혔다는 長湍고을

수돌이. 2016. 8. 23. 16:22

 

78. 황진이 묻혔다는 장단고을


임진나루를 건너 얼마를 더 가니 거기부터는 長湍 땅이라고 한다. 장단이라면 松都名妓 黃眞伊가 묻혀 있다는 그 곳이 아니던가. 일직이 宣祖 때 풍류시인 白湖 林悌가 平安道評事가 되어 부임 해 가다가 찾았다는 바로 그 무덤이다.


어찌 그 장단고을을 지나면서 황진이 무덤을 찾지 않을 수 있으랴. 나도 백호처럼 그의 무덤에 술 한 잔 부어 놓고 시 한 수 읊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유유히 걸으면서 백호가 읊었다는 시조창을 길게 뽑아 본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었는다.

홍안은 어디 가고 백골만 묻혔는가.

잔 잡고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황진이, 그는 기생으로서 歌舞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후세에까지 文名을 날린 유명한 시인이었다. 그러기에 申師任堂, 許蘭雪軒과 더불어 女流三絶이라고도 하고, 徐敬德, 朴淵瀑布와 함께 松都三絶이라고 일러 왔지 않는가. 그는 不朽의 名時調들을 많이 남겼을 뿐 아니라 漢詩도 여러 수의 명작들이 남아 있다.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찍어 내어

직녀에게 얼레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그리운 견우님 떠나가신 뒤

서러워 허공에 던져 버렸네.

誰斷崑崙玉

裁成織女梳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


하늘가에 떠 있는 반달을 <얼레빗>에 비유하여 견우와 직녀의 슬픔 사랑을 그리면서 직녀가 허공에 내던진 얼레빗이라고 노래한 그 수법도 절묘하거니와, 고려조의 망국을 슬퍼한 다음과 같은 시도 명작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눈 속에 옛 나라 빛이 새로운데

종이 울려 亡國恨이 더욱 쓸쓸하구나.

시름에 겨워 다락에 홀로 기대섰으니

옛 성터에는 저녁연기만 그윽하다.

雪中前朝色

寒鐘故國聲

南樓愁獨立

殘廓暮烟香


그는 기생으로 살았으면서도 성리학의 석학 花潭 徐敬德을 비롯하여 풍류객으로 이름 높은 陽谷 蘇世讓대감과 음률계의 대가였던 李士宗 같은 당대 최고의 인물들하고만 交遊하였다지 않던가.


그러면서도 죽을 때에는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을 크게 뉘우쳐 “자기시체를 한길 가에 묻어 많은 사람들이 맘대로 밟고 지나가게 해 달라”고 유언까지 했다고 하니 그가 바로 聖女라는 생각이 들어 김삿갓은 더욱 그 무덤을 찾아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