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유언
법정(法頂) 스님의 유언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어제 3월 14일 대구를 다녀 왔습니다.
오전에는 대구 강북교당에서 열변을 토하고, 오후 1시 30분부터는 원불교 대구 경북교구청에서 농산 남궁 성 교구장님을 모시고 [원불교 대구 경북문인회]를 창립하고 돌아왔습니다. 30여명의 동지들이 아주 조촐하고 깔끔하게 창립식을 갖고 회장에 중타원 임원각행님, 그리고 사무국장에 봉타원 김수영님을 선출했습니다.
대구 경북문인회의 초대 회장님이신 중타원 임원각행님은 우리 원불교의 대호법(大護法)으로 바로 저 유명한 대구 동명 훈련원 1만평의 대지와 각종 시설, 아마 지금 싯가로 수백억원이 넘는 재산을 아무 조건없이 우리 원불교에 희사한 대단한 분이십니다.
그 대구 동명훈련원은 중타원님의 시아버님이신 고 여동명(呂東明) 거사가 한의원으로 번 거만의 재산으로 대구 팔공산 인근 부지에 세계 불교유적지의 유명한 건축물을 모두 옮겨온 것 같은 일종의 불교성지를 조성한 특이한 사찰이었습니다.
그 엄청난 재산을 중타원님은 원불교 3대 종법사님이신 대산(大山) 종사를 처음뵙고, 당시 대구 경북교구장님이셨던 범타원 김지현 종사의 권유로 <원불교 전서> 10번을 단숨에 독파한 후, 정법(正法)임을 알아보시고, 그 즉시 [동명정사]를 미련없이 쾌척 해주신 것입니다.
마침 지난 3월 11일 입적하신 법정(法頂, 1932~2010) 스님에게 당시 요정이었던 서울 성북동의 대원각을 조건없이 헌납하신 백석(白石) 시인의 연인 길상화(吉祥華) 김영한 보살이 연상 되어져 잠시 우리 대구 경북문인회 중타원 임원각행 초대 회장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참으로 법정스님은 대단한 도인이셨습니다. 평생 무소유를 주장하시며 그리 살다 가신 분입니다.
마지막의 유언도 아주 독특하셨습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도 하지 마라, 관도 짜지 말아라, 또 사리도 찾지 말라. 수의도 짜지 말고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위에 내 몸을 올려놓고 다비해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뜨락의 꽃밭에 뿌려라." 이 얼마나 거룩한 죽음입니까?
그리고 스님은 입적 전날밤 "내가 금생에 지은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으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리겠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참으로 법정스님은 거룩하게 가셨습니다. 저도 꼭 그렇게 가고 싶은데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왜냐하면 법정 스님은 아주 단순한 삶으로 걸림없이 또 하시고 싶은대로 속세를 떠나 유유 자적하게 살아가실 수 있는 도인이셨지만, 우리 원불교의 재가 교도들은 사바세계 현실 속에서 도를 이루어 가며 한편으로는 중생들을 교화해가는 어려운 삶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출가를 하던 속가에 살던 서원은 같아 도를 이루가고 중생을 제도 하는 삶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어떤 면에서는 중생 속에서 중생과 부대끼며 도를 이루어가며 중생을 교화해 가는 것이 더 어렵고 거룩한 일이 이닐 런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지막에 착심을 여의고 성불제중의 큰 원을 세우고 가는 것은 세간이나 출세간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을 때에 부지런히 집착을 여의고, 큰 원력(願力)을 세우는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죽음에 이르러 생사공부를 아무리 서둘러 봐도 이미 때는 늦습니다. 평소에 길들이지 않은 생사공부는 죽음에 이르러 허망한 꼴을 보게 됩니다. 공부의 실력은 아무리 큰 소리를 쳐도 죽을 때 보면 나타나는 것입니다. 죽음에 임박해 남들이 읽어주는 천도독경 몇 번으로 좋은 곳에 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연고로 새 부처님께서는 죽어서 남이 해주는 천도 보다는 살아생전에 자기천도를 다 해놓고 가라 하셨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생(生)에 대한 집착을 여의고 죽음에 이르러 사(死)의 공포가 떨어진 사람을 해탈도인이라 합니다. 해탈하지 못하고 떠나면 전도몽상(顚倒夢想)되어 악도(惡途)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법정 큰 스님은 멋지게 사시다가 그야말로 멋지게 가셨습니다. 아마 또다시 새 몸 받고 이생에 다시 오실 때에도 멋진 삶을 영위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 법정 스님의 멋진 가심을 축하하는 뜻에서 우리 모두 모든 착심을 여의고(莫着而去),부처가 되겠다는 큰 원력을 세우며(立大願力) 달려가는 공부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생사(生死)가 일이 크고 무상(無常)은 신속(迅速)하니 가히 범연(凡然)하지 못할 바가 우리네 인생입니다.
우리 마음공부 열심히하여 모두 해탈도인이 됩시다!!
원기 95년(2010) 3월 15일 덕 산 합장